B&W Pi7 코드리스 이어폰, 좋지만 아쉬운…

B&W(Bowers & Wilkins)라는 브랜드를 처음 경험한 건 마스터링 스튜디오인 소닉코리아였다. 십수년 전이던 당시 내가 사용하던 제네릭, 맥키, 야마하와 같은 일반적인 모니터 스피커와 많이 다른 사운드라서 놀랐었다. 지난해 B&W에서 코드리스가 발매되었을 때 브랜드에 대한 믿음만으로 구입을 하여 반년 이상 사용하였다.

윤기있는 사운드

B&W 스피커를 기대했다면 욕심이다. 하지만 하루 지난 향수의 흔적 정도가 어딘가에 남아있다. 전체적으로 기분 좋은 세츄레이션과 크리미한 사운드로 저음역과 고음역이 살짝 강조되어 있다. 정교하거나 공격적이지 않은 윤기있고 여유있는 사운드이다. 저음역의 펀칭이나 윤곽이 명확하진 않지만 넓고 부드럽게 밀고 들어오는 느낌이 꽤 좋다. 고음역대는 전반적으로 잘 나와주지만 특정 주파수가 강조되는 영역이 있다. 특히 치찰음 부분인데, 이 부분은 이어팁에 따라 매우 달라졌다. 중음역은 무난하다. 보컬 표현은 상당히 좋은 편이지만, 스네어 같은 펀칭이 있는 타악기들은 다소 아쉽다. 스테레오 레인지는 보통이다. 노이즈 캔슬링 시 사운드 캐릭터가 상당히 달라진다. 빠르게 아래턱을 들썩여야 하는 음악이 아니라면 대체로 어떤 음악에도 잘 어울리는 편이다.

부드럽고 편안하지만 아쉬운 구성의 실리콘 이어팁

얇은 실리콘 타입의 이어팁이 세 가지 크기로 제공된다. 얇다 보니 저렴해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부드러운 재질로 착용감도 부드러워 괜찮다. 이어팁 중앙에 스펀지 필터가 있는데 고음 쪽을 조금 줄이는 필터로 보인다. 제공되는 이어팁의 크기 편차가 상당히 커서 아쉽다. 정확히 맞는 사이즈가 없어서 스핀핏 이어팁을 사용하고 있는데 스탁(번들) 팁과 비교하면 고음이 좀 더 강조되고 일부 부밍도 조금 줄어들었다. 다만, 5~10kHz 부근의 치찰음이나 쇳소리가 싫은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보통의 노이즈 캔슬링

비행기, 버스, 지하철에서 모두 사용해 보았다. 보스의 헤드폰처럼 먹먹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성능은 아니다. 정 사이즈의 이어팁을 사용한다면 나쁘지 않은 성능을 느낄 수 있다. 인이어 방식은 이어팁의 사이즈를 맞춰서 사용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노이즈 캔슬링이 켜지면 볼륨이 살짝 올라가면서 저음의 덩치가 거대해진다. 저역의 양감은 아웃도어에서 듣기 좋게 커지지만 펀칭이 좋은 기기가 아니다 보니 곡에 따라서는 조금 아쉽다. 주변 소음을 감지해 자동으로 노이즈 캔슬링 정도를 조정해주는 자동 모드가 있다. 아직까지 장점을 찾지 못했다. 조금이나마 강한 것을 원한다면 자동을 끄고 강도를 올리자.

아쉬운 외부소음듣기

유닛당 3개의 마이크가 있다지만, 노이즈 캔슬링과 외부소음듣기의 성능은 마이크의 개수와는 상관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다른 유명 브랜드의 외부소음듣기에 비해 이질감이 있다.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게 하려는 의도였을까. 수음의 문제인지 튜닝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재생 주파수가 좁으며 중역과 고역이 강조된다. 투명하거나 자연스럽지 않아 마이크로 수음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외부소음듣기를 켜려면 앱을 사용해야한다. 불편하다. 노이즈 캔슬링 상태에서 외부소음듣기를 켤 수 있다. 로우가 많이 제거된 상태의 외부 소음이 된다. 불필요한 환경 소음은 적당히 지우고, 음성만 강조하고 싶은 B&W의 어떤 고집이 있었던 것 같다.

커다란 케이스 그리고 aptX 동글

에어팟 케이스와 비교하면 많이 크다. 이어버드 유닛의 고급스러움과 다르게 가벼운 플라스틱 케이스로 고급스러움을 찾기 어렵다. 케이스를 열고 닫을 때 에어팟의 찰떡과 같은 느낌은 찾아볼 수 없지만, 유닛을 도킹시킬 때 자석으로 달라붙기는 한다. 외관의 버튼은 배터리의 충전량 확인의 용도이고 페어링 버튼은 안쪽에 있다.

케이스에 조금 특별한 기능이 있다. 케이스를 컴퓨터나 모바일 디바이스에 연결하여 Aptx LL 코덱 동글로 활용할 수 있다. 연결 방식은 USB-C와 3.5mm 오디오 연결 두 가지를 지원한다. 개인적으로는 USB 연결을 추천한다. 3.5mm 오디오 케이블을 사용할 경우 오디오 장비의 DA와 앰프를 거쳐 나오는 사운드가 다시 pi7 케이스의 AD를 거치게 되고 또다시 이어폰에서 DA와 앰프를 거치게 될 것이다. 각 디바이스가 캘리브레이션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번의 컨버팅과 증폭 등의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열화와 디스토션을 유발할 수 있다. 테스트하면서도 그렇게 좋은 결과는 얻지 못했다. 그리고, 3.5mm로 연결할 때에는 미리 이어버드의 볼륨을 최대로 놓는 것이 좋다. 이어버드의 아웃풋 볼륨을 줄여놓은 상태에서 출력기기의 소리를 키우게 되면 깨지는 소리를 듣게 된다. 아무리 좋은 DA와 출력 앰프가 있더라도 USB 연결 방식이 문제없이 깔끔할 것 같다.

배터리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켰을 때 4시간으로 짧은 편이다. 휴대용 충전 케이스로 4번 더 충전 가능하다. 아직 배터리 때문에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지만 요즘 나오는 제품과 비교한다면 아쉬울 부분이다.

문제점 그리고…

아마존에서 사운드의 평가는 좋았지만 총점이 낮았다. 이유는 무선 연결 안정성 때문이다. 스펙의 수신 거리는 10m(33feet)이지만 아웃도어에서 소리가 끊기는 드롭아웃 현상이 잦은 편이다. 에어팟과 비교하면 최대 거리도 낮고 연결 안정성도 상당히 떨어진다. 매일 지하철을 이용하고 양재역과 강남역을 걸어 다닌다. 강남역의 버스정류장 신호등에서는 에어팟도 잘 끊기는 스팟인데 pi7은 더욱 많이 끊긴다.

주로 왼손으로 휴대폰을 사용하고 왼쪽 바지 주머니에 넣는다. 페어링을 할 때 우측이 마스터로 연결되면 더 잘 끊기는 느낌이다. 일부러 왼쪽 유닛만 꺼내서 마스터로 연결을 한 뒤 우측 유닛을 착용한다. 이렇게 한 뒤부터는 끊기는 일이 부쩍 줄었다. 왼손의 애플워치와 페어링을 해보아도 동일하다. 왼쪽이 마스터가 될 때 더욱 끊김이 적다. 수신 거리와 페어링 관련해서 영국 본사에 문의 메일을 보내보았지만 마땅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정식 출시 이후 펌웨어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큰 기대는 하지 않겠지만 펌웨어가 업데이트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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