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신 2309, 새로운 사무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새로운 사무실을 계약했다.

공유 오피스에서 12개월을 보냈다. 통창에 큰 방이라서 비싼 편이었다. 그래도 임대료 외에 인터넷, 프린트, 정수기등의 부가적인 비용이 없어서 좋았다. 하지만, 엉뚱한 것들이 날 괴롭혔다. 옆방의 통화 소리나 대화 소리뿐만 아니라 휴대폰 벨소리까지 너무 가깝게 들렸다. 그러던 중 음악 작업이 생겼다. 헤드폰을 사용했지만, 새어 나오는 작은 음악 소리와 조그만 건반의 마찰 소리가 누군가에게 거슬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민감해졌다. 미팅이라도 생기면 공용 회의실을 사용할 수 있지만 하나뿐이라 편할 수 없다. 결국 근처 커피숍을 가야 했다.
7월부터 집 근처의 여러 사무실과 상가를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사무실을 발견했다. 건물 가장 측면, 구조적으로 유일한 독립실이라서 웬만큼 시끄러워도 다른 사무실에 피해를 주지 않고, 두 면이 통창이라서 매우 환했다. 높은 보증금과 임대료에 며칠 고민했지만, 막상 결정하고 나니 일사천리로 입주까지 진행되었다. 그렇게 새로운 사무실이 생겼다.
여러 개의 크고 작은 회의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일층에는 편의점, 여러 개의 카페, 지하에는 마트, 3층에는 우리 가족의 단골 내과와 치과가 있다. 집까지는 도보로 5분이면 된다.
일주일간 바닥 데코 타일부터 가구, 커튼, 장비 설치까지 해치웠다. 집 창고와 서랍장에 보관해 둔 여러 물건들이 새로운 공간에서 다시 의미를 부여받고 있다.
유지 비용이 커졌지만 업무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어졌다. 스피커로 음악 작업을 해도 문제가 없다. Aiden이 하교 후 사무실로 와서 숙제를 하고 TV를 보다가 함께 퇴근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나와 아내의 업무 공간 겸 작업실, 가족의 아지트 공간이 되었다.

일상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생기는 변화나 직장이 바뀌면서 생활이 바뀌기도 하지만 어떤 때에는 작은 결심으로 바뀌기도 한다. 아침 6시 반 정도에 일어나 광교호수공원에서 조깅을 한다. 한 시간 정도의 운동을 마친 뒤 가족과 간단한 아침식사와 함께 커피를 마시고 8시 30분에는 아이들과 집을 나선다. 아이들을 도보로 어린이집과 학교에 데려다준 뒤 사무실로 향한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어서 게을러도 되지만 부지런히 출근을 한다. 점심은 집에서 아내와 식사를 하거나 가끔씩 점심 데이트를 한다. 오후 업무가 끝나면 가족과의 저녁식사를 위해 6시 반까지는 집으로 간다. 그 뒤로는 여느 집과 같이 저녁 식사를 하고 아이들을 씻기고 개인 시간을 보낸 뒤 하루를 마무리한다.
회사를 뛰쳐나온 뒤부터는 가족 중심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삶을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주변인도 있지만, 나는 지금의 삶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아내는 종종 “잃어버린 남편의 웃음을 다시 찾았다.”라고 말하곤 한다. 일요일 오후부터 느끼던 압박감은 없어졌고 주말의 마지막 시간까지 충분히 누리고 있다. 습관에서 술은 사라졌다. 고민들은 항상 있지만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최근 사업자등록증의 업종 코드를 하나 더 추가했다.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하기 더 어려워졌다. 기획이나 개발, 디자인 업무와 함께 음악을 만들고 있다. 예전처럼 대중가요를 하는 것은 아니다. 했던 일들 중 그만두었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다시 돌아왔다. 그냥 나를 찾아주는 곳에 최선을 다 하며 쓸모 있는 것들 만들어가고 있다.

사무실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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