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신 2204, 캐나다의 봄

무거운 일로 캐나다에서 가족과 함께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다.

3월 중순부터 서머 타임이었다. 저녁 6시 반부터 새벽 3시 반까지가 한국 업무 시간이다. 저녁식사를 일찍 마친 뒤 다이닝룸에서 업무를 보았다. 업무 특성상 슬랙과 메일 알림이 끊이지 않아 조금 일찍 자는 요령조차 피우기 어렵다. 맥북 스탠드와 별도 키보드까지 챙겨와서인지 목과 어깨 통증 없이 업무를 할 수 있었지만 밤낮이 바뀐 생활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해외에서의 장기간 업무가 처음은 아니지만 랩톱 한대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세상임을 몸소 느끼고 있다. 테이블 위에 맥주 한 캔 올려두고 일하는 날이 많았다. 약간의 알코올과 함께 일을 한다고 누가 알겠는가. 오타만 없다면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다.

Ashton의 생일이었다.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차로 두어 시간 거리에 있는 공룡박물관에 다녀왔다. 한국의 공룡박물관과는 규모가 다르다. 장거리 운전을 하고나니 시내 운전을 하는 것쯤이야 하며 여유를 흘러넘쳤다. 해외에서 운전을 하는 게 처음은 아니지만, 내비게이션 앱만 있다면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정수리까지 차올라있다.

봄인 것 같지만 오늘도 눈이 왔다. 그렇다고 겨울 패딩을 입을 날씨는 아니다. 얼마 전 가족들의 혹한기 아우터를 구입했다. 한국에서 대중적인 브랜드라도 모든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이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괜찮은 아우터들이 눈에 띄었다. 게다가 반값 이상의 세일이 들어가는 시즌오프라서 저렴하게 아우터 세 개를 구입할 수 있었다. 발길을 붙잡는 나이키와 뉴발란스 한정판이 가끔씩 눈에 띄었지만 이성을 끈을 놓치지 않고 어른인 척 지나쳤다.

먼 곳에 있지만 20대 대통령의 투표 결과는 실시간 뉴스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누구 하나 마음에 들지 않은 대선이었다. 40대가 되어서일까, 정치에 감정 이입이 되는 내 모습에 꼰대라고 무시했던 그 어른이 되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다운타운에 위치한 친구의 레스토랑에서 주말 밤을 지새웠다. 삶의 거리가 있어 자주 보지 못하는 관계이지만, 슬픔을 위로해 주려 노력하는 친구들의 마음을 안주 삼아 오랜만에 아내와 웃는 시간을 보냈다.

언제나 그렇듯 황급히 마무 다. 한국에서는 30만에서 60만 사이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요즘이지만, 여기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오미크론이 가고 새로운 변이가 나오면서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다지만 그래도 매일 지옥철에 몸을 싣고 출퇴근을 하지 않을 수 있어 마음의 안정감은 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께 건강이 가장 소중하니 항상 자신과 주변을 지키며 살 수 있기를 바라본다. 끝.

공유하기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