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휴가

“우리 만나고 베이비의 처음 긴 휴가인 것 같아.” 아내가 말했다.

미안하게도 아내를 만난 뒤 캐나다에서 보낸 출산 휴가를 제외하고 일주일이나 되는 휴가를 보내본 적이 없었다. 휴가를 위한 특별한 여행 계획은 없었지만,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 놓고 아내와 데이트를 꼭 하고 싶었는데,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는 바람에 일주일을 집에서 보내야만 했다.

휴가를 시작하면서 넷플릭스에서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았다. 아내는 이전에 본 영화다. 개봉 당시 많은 논쟁과 기사 거리가 뜨겁도록 쏟아졌었기에 지레 겁을 먹고 함께 보자는 아내의 의견에 한사코 혼자 보겠다는 고집을 피웠다.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가 왜 그토록 논쟁이 되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다만, 대한민국 보통의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남자로서 아내를 포함한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자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었다.

영화 탓은 아니지만, 휴가기간 동안 두 아들의 등원, 하원, 목욕, 식사 등 집안일을 더 하기 위해 노력했다. 월요일 오전에는 한 손으로 두 아이의 낮잠 이불과 가방을 든 채 둘째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첫째의 손을 잡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간 아내에게는 당연한 일상이었을 텐데, 절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함께 하는 것과 도와주는 것의 모호한 경계에서 휴가가 끝나갈 즈음 여러 감정이 휘몰아쳤다. 겨울에 다시 또 휴가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떤 휴가를 보내야 할지 알 것 같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데이트라고 할 수 있는 멋진 시간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있는 평일의 서너 시간 동안은 소소하게 우리들만의 시간을 보냈다.

다시 일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일상으로 돌아간다. 퇴근 후의 시간과 주말이 있지만, 그래도 오롯이 가족과 보낸 이번 일주일은 매우 의미 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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