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도, 아무것도 하지 말아 달라고 친구들에게 부탁하며 보통날처럼 지나가길 바랐던… 적어도 최근 몇 년은 그랬다.
결혼 후 생일이 달라졌다. 아내는 내 생일이 가장 중요한 날 중 하나라고 한다. 이번에도 날 놀래켰다.
# 선물
크리스마스 선물 받은지 2주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 생일 열흘 전부터 선물 맞추기 놀이가 시작되었다. 스무고개를 하다 보니 ‘펜’을 예상했다. 선물을 받은 뒤 알았지만 아내는 내 질문 몇 가지에 거짓말로 답을 하였다.
역시나 디데이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생일 5일 전 선물을 받았다. 눈을 감고 포장된 박스를 만지는 순간 생각하던 선물과 너무 다른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놀랍게도 ‘카메라’였다. 소니 A7II 키트와 칼자이스 55mm 렌즈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해 지나가는 말로 A7을 갖고 싶다고 몇 번 말을 했었지만, 카메라를 선물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게다가 아내는 카메라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런 아내가 내가 사용하던 카메라와 렌즈 정보들을 갖고 몇 달간 해외 카메라 포럼을 통해 정보와 의견을 구해 준비한 것이다. 선물을 위해 카메라와 렌즈를 공부하며 준비한 아내의 정성에 큰 감동을 받았다.
# 여행
생일 2주전 아내가 눈물을 보인다. 이유도 말해주지 않는다. 후에 이유를 들어보니 아내가 몰래 준비하던 제주도 여행이 잘 풀리지 않아 속상해했었던 것이다.
제주도는 결혼기념일에 다녀오기로 하고, 부산에서 3일을 보냈다. 부산롯데호텔을 예약하면서 이틀치 조식, 석식 바우처와 전국 롯데시티호텔 2박 바우처를 받았다. 조식, 석식 모두 제주롯데호텔이 좋았던 것 같다. 부산은 라세느뿐인데 우리는 페닌슐라를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차로 부산까지 내려가서 짐을 푼 뒤 저녁을 먹고 추위 속에 해운대, 광안대교, 광안리를 돌아보았더니 체력이 바닥이 났다.
둘째 날, 용두산공원과 부산타워를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다시 용두산 근처의 국제시장, 깡통시장을 방문했다. 금요일 저녁인데 어찌 된 일인지 문 닫은 집들이 너무 많고 사람도 많지 않았다. 기대와 다르게 썰렁한 부산시내 구경만 하고 아쉽게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지막 날, 롯데호텔에서 제공하는 투어버스를 타고 유치환 우체통, 감천문화마을, 송도해수욕장을 돌아보았다. 직접 운전을 하거나 택시를 타고 가는 게 아니라 투어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는 게 이렇게 편한 줄이야.. 게다가 가이드분께서 호텔 근처의 맛있는 밀면 집도 추천해주셨다. 그동안 밀면이 맛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번은 달랐다.
# 카메라
아내가 사준 카메라를 처음 꺼내들고 부산을 찾았다. 캐논5Dmk2를 사용하다 소니A7m2로 오니 편리한 점이 많다. 무게, 뷰 파인더, 고감도 촬영, 와이파이, 신세계를 느끼고 있다. 올해부터는 A7m2와 함께 많은 추억을 남길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