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신 2302

창밖 쏟아지는 햇빛에 에어컨을 틀어도 무더웠던 8월 새로운 사무실로 들어왔다. 두 개의 계절을 건너 어느덧 겨울의 끝자락이다. 새로운 사무실과의 어색함은 이미 지루한 단계로 넘어섰고, 알람 소리로 시작하여 알람 설정으로 마무리되던 하루는 여유로움을 넘어 게으름에게 침범당하고 있다.

퇴사 후 사업자를 만들고 호기로운 마음으로 준비했던 일들이 난항을 겪었지만, 조그만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어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했다. 최근에는 대기업에서 큰 규모의 프로젝트 제안 기회를 주었지만 최종 비딩에서 탈락하여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내 명함과 회사 소개서, 제안서, 견적서를 제대로 만들어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좋은 기회가 또 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평정심을 되찾고 다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작년, 캐나다에서 돌아온 뒤 시차 적응 실패로 짧은 기간 아침 운동이라는 걸 했다. 하지만 코로나에 걸리고, 다시 회사로 복귀하면서 원래의 야행성 인간으로 돌아갔다. 퇴사 이후에는 아침 6시 반 즈음부터 한 시간 정도 광교호수공원을 걷고 뛰기를 했었다. 아침에 운동을 하면 활력이 넘치는 하루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도한 건강한 노력이었지만 영하의 날씨가 새벽을 덮을 즈음 멈추었다. 해가 바뀐 1월부터 한 달이 넘도록 일찍 잠자리에 들고 일찍 일어나 가족 모두가 잠들어 있는 시간에 일을 하거나 책을 읽는 등 어울리지 않는 아침을 보내고 있다. 그 덕에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아빠로도 지내보고 있다. 날이 풀리면 가을에 구입한 뉴발란스 1080 V12과 함께 다시 광교호수공원을 뛰어보겠다는 연기 같은 다짐을 또 한다.

Aiden은 다음 달 초등학생이 되고 Ashton은 어린이집을 옮긴다.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도 처음이라는 낯섦과 두려움을 계속 안고 산다. 한국의 교육 문화 속에 아이를 내보내야 한다는 것에 예비 학부형으로서의 걱정이 크다.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될 일인데 덤덤한 척 봄을 기다리고 있다.

아이의 친구 부모와 대화나 식사를 하는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보통의 부부, 부모와는 다르다고 느끼며 그것을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하여 약간의 자부심도 느낀다. 우리의 육아 방법이 느리고 똑똑하지 않아 보일 수 있겠지만 우리만의 속도와 방법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올해의 발렌타인데이도 여느 해와 같이 아내에게 꽃을 주었다.
배려가 많은 아내와 아직도 연애하듯 매일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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