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고향을 떠나 지냈지만, 어릴 적부터 수원에 살았고, 용인 한국민속촌에서 가까운 곳에 살기도 했다. 학창시절 소풍으로 오기도 했고, 아버지와 함께 오기도 했었는데, 난 그럴 때마다 하릴없이 마냥 걷기만 했었다. 그때는 그곳이 지루하고 뻔한 관광지였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민속촌이 꽤나 다르게 다가온다. 회색빛 건물을 피해 타임머신을 타고 몇백 년 전의 과거로 떠난 듯 고요하고 잔잔한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장소였다. 어쩌면 어릴적의 내 아버지도 그러함 때문에 날 데려가셨을 수 있다.
주말 낮에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 느지막한 시간에 다녀왔다. 행사나 이벤트가 많아져서 예전에 비해 찾는 발걸음도 많아진 것 같다. 외국인도 종종 보인다. 많은 것이 변화되었지만 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고목들과 흙길은 여전하다.
사람이 적은 한적한 길을 찾아 걸었다. 잠시 시원한 그늘의 평상에 앉아도 보고, 이집 저집 찾아 구경을 한다.
옛날 주막과 비슷한 모양의 야외 식당이 보인다. 한때는 정말 주막처럼 장사하던 곳이었는데, 현대식으로 변하긴 했다. 걷던 길을 잠시 멈추고 야외 식당에 앉아 감자전에 동동주나 막걸리 한 사발을 할 수 있다. 그늘막 아래 나무 테이블에 앉아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니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을까.
광교에서 20분 정도의 거리다. 가끔씩 바람 쐬고 싶을 때 가고 싶다. 다만, 입장료가 조금 비싸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