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맥키 컨트롤(MCU)과 TASCAM DM-4800 디지털 콘솔을 사용하면서 볼륨 페이더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DAW에서 채널 볼륨을 직접 타이핑하는 습관 때문이다. 반대로 볼륨 외 다른 부분들은 손으로 만지는 것을 선호했다. 이 이유로 몇 년간 nOb을 잘 사용하고 있다. SSL UF8에는 관심을 갖지 못했지만, UF1 발표 소식을 듣자마자 구입하여 3개월 정도 사용하였다.
SSL UF1
UF1은 훌륭한 빌드 퀄리티와 멋진 디자인을 갖고 있다. 써봤던 기기 중 모터라이즈 페이더의 속도가 가장 빠릿한 것 같다. 세월이 지날수록 모터가 느려지곤 하는데 내가 사용했던 기기들이 낡아던 것일 수 있다. 알루미늄 조그 셔틀 휠은 무게감이 있지만 매우 부드럽다. 버튼은 고무 재질로 RGB 백라이트가 있다. 아날로그 콘솔 느낌의 버튼이 아니라서 아쉽지만, 모드 상태 표시와 활성화 표시를 위해 이렇게 설계했을 것이다. MCU의 마스터 섹션에 비해 노출된 버튼의 수가 적어서 메뉴 다이빙이 많은 점이 아쉽다. 상단 4개의 버튼과 트랜스포트 쪽의 몇몇 버튼은 SSL 360°을 통해 커스텀할 수 있다.
별도의 전원 버튼이 없지만 슬립모드가 있어서 일정 시간 사용하지 않으면 슬립모드로 전환된다. 슬립모드 전환 사간은 SSL 360°에서 설정할 수 있다. 기본 USB-C 포트와 Thru를 위한 USB-A 포트가 있다. Thru 포트는 UF8과의 연결을 위한 포트인데, 일반 USB 허브 포트로 사용 가능하므로 iLok과 같은 동글키를 사용하기에 제격이다. 풋 스위치 포트가 두 개 있고 SSL 360°에서 원하는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 SSL 로고가 있는 C to A USB 어댑터(젠더)도 제공해 준다.
맥키 컨트롤 프로로콜의 한계
기본적으로 맥키 컨트롤(MCU) 프로토콜을 사용한다. 채널 레벨 미터 디스플레이, 이큐, 샌드 제어 등 맥키 컨트롤에서 모두 가능했던 기능이다. 굉장히 오래전에 만들어진 프로토콜을 사용하기 때문에 EUCON 수준의 컨트롤은 기대할 수 없다. 맥키 컨트롤을 다시 쓰는 기분마저 든다. 4개의 놉을 이용하여 샌드, 이큐, 스트립, 플러그인 등을 조작할 때 미세하게 컨트롤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고 종종 딜레이가 발생하기도 했다. MIDI 기반의 MCU 프로토콜의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기능의 메인 노브
스텝 방식의 메인 노브는 채널 변경 외 다른 기능도 갖고 있다. 메인 노브를 눌러 페이더 셀렉트, 포커스 모드, 볼륨 모드로 변경할 수 있다.
포커스 모드에서는 nOb과 유사한 마우스 휠 에뮬레이션 기능을 이용하여 플러그인의 노브와 페이더를 제어할 수 있고,
볼륨 모드에서는 시스템 아웃풋 볼륨을 컨트롤할 수 있다. 맥에서는 16단계로 조절되기 때문에 미세 조정이 어렵다. 볼륨 모드는 노브를 키보드로 인식하기 때문에 카라비너(Karabiner)를 통해 shift + option이 적용된 64단계 미세조정 방식으로 키를 변경하여 사용하고 있다.
최장점, 디스플레이와 Meter
UF1을 돋보이는 가장 특징은 단연 두 개의 디스플레이다.
1.77인치의 좌측 디스플레이는 MCU와 유사하지만 디스플레이 퀄리티의 차이가 크다.
4.3인치의 메인 디스플레이는 많은 정보를 보여준다. 미터링 기능이 가장 큰 관심사였는데, SSL Meter 플러그인과의 연동으로 레벨 미터, RMS 레벨, 스테레오 밸런스, 페이즈, VU 미터, PPM 미터링, 31밴드 아날라이저 등을 볼 수 있다. 맥에서는 Audio Hijack과 같은 앱을 이용하여 Meter 플러그인을 인서트 하면 시스템 오디오에서 나오는 모든 소리를 UF1의 메인 디스플레이를 통해 미터링할 수 있다.
Channel Strip 플러그인을 사용한다면 작게나마 EQ 커브를 볼 수 있어서 UC1 사용자들에게는 메리트가 될 것 같다. SSL의 여러 플러그인을 사용하지만 Channel Strip을 모든 채널에 사용하거나 Bus Compressor를 항상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서 UC1은 고민이 된다.
컨트롤을 해보면
채널 선택 방식은 8개의 채널 뱅크 안에서 1개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DAW에서 채널을 선택하면 자동으로 채널 페이더가 변경되지 않고 직접 메인 노브를 돌려 해당 채널로 이동해야 한다. 많은 채널을 사용하고 있다면 뱅크 이동 후 채널을 직접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불편하다. 이 부분은 SSL 360° v1.6에서 업데이트 예정이라고 하지만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 3개월 동안 버그 픽스 마이너 업데이트 한 번 뿐이었다.
FX 샌드나 이큐 모드에서는 DAW와 UF1 디스플레이 정보가 바로 연동되어 노브를 돌려가며 바로 작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페이더 옆의 솔로 버튼이라도 누르게 되면 페이더에 할당된 채널이 셀렉트와 함께 솔로가 되면서 작업이 끊기게 된다. v1.6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FAQ] Does UF1 follow the selected track in the DAW?
플러그인(PLUGIN) 모드나 인스트루먼트(VST INSTR) 모드에서는 4개의 놉을 이용하여 플러그인의 파라미터를 컨트롤할 수 있다. 대부분의 플러그인에서 사용할 수 있었는데, 파라미터가 많을 경우 쉽게 페이지 이동이 가능하다.
끝으로
맥키 컨트롤 프로토콜의 한계점은 있지만, 여러 DAW에 대응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SSL의 방식으로 의미 있는 레벨 업을 했다고 생각한다. DAW과 함께 360° 기반 UF8, UC1과 함께 토탈 믹스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지만, SSL Meter 플러그인을 통해 TC Electronic Clarity M Stereo와 같은 오디오 미터 기능을 추가하고, 시스템 볼륨 컨트롤과 nOb과 같이 마우스 휠 에뮬레이션으로 플러그인의 놉과 페이더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까지 갖추었다. UF8과 함께 사용한다면 맥키 컨트롤 프로토콜 컨트롤러 중에서는 완전한 승자일 것이다. 다만, 채널(트랙) 팔로우 등은 불편하기 때문에 버전 업데이트를 통해 좀 더 완성도 있는 제품으로 업그레이드되길 바라본다.
추가 글
2023.10.13 – SSL 360°이 버전 1.6.12으로 업데이트 되면서 드디어 오토 셀렉트가 지원됩니다 :)
SSL 360° Downloads and Release Notes
4 Comments
멋진만큼 사악한 가격이네요 ㅋㅋㅋ
그러게요 :)
UC1도 구입하고 싶은데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레벨미터 멋지네요. 제 페이더포트가 오징어가 됐어요 ㅋㅋㅋㅋ
그런데… 베페 쓰시는 이유가 있나요?
베이비페이스는 단순 인터페이스로 사용합니다.
ADAT 케이블로 DA와 연결한 상태이고, ADAT 인풋은 외부 워드클럭을 받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직 현역으로 문제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