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을 들이다 (feat. 삼성 QLED)

6년 전, 결혼 준비 중인 우리는 거실에 TV 대신 책장을 놓기로 했다. 이 계획은 아집이었는지 거실 탁자 위에 27인치 모니터를 놓아두고 간이용 TV 정도로 사용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커가면서 아이들의 눈이 걱정되었다. 그렇다고 아예 없앨 수 없는 노릇이니 좋든 나쁘든 TV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바꿔볼 마음을 갖았다. 관심이 생기면 그것만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코스트코 정문에 발을 들이면 가장 먼저 손님 맞이를 하는 문짝만 한 TV 앞에서 매번 고민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캐나다에 계시는 장인 장모님께서 아이들을 위해 TV를 구입하라시며 큰돈을 보내주셨다. 길었던 우리의 아집은 완벽히 무너지고 행복한 고민을 시작했다.

2주 동안 리서치를 했다. 브랜드를 고르면 복잡하고 긴 구입 과정의 절반은 온 거다. 삼성으로 정했다. 다음으로 제품 정보를 모았다. 노션(Notion)에 테이블을 만들고 모델명, 가격, 장단점, 인터넷 최저가와, 매장 가격까지 정리했다. 그렇다, 기획자의 직업병이다. QA60, QA70, QA80, QNA85, QNA90, QNA800, QNA900 라인업 중에서는 NEO QLED인 QNA85로 정했다. 이제 가장 어려운 크기가 남았다. 80인치 이상도 생각해 봤지만 위치 이동이 편한 65인치로 정했다. 고민해야 할 게 더 있다. 벽걸이 설치, 계절마다 거실 구조를 바꾸는 변덕쟁이에게 벽걸이는 제약사항이 많다. 위치를 쉽게 바꿀 수 있는 스탠드형으로 구입하고 따로 이젤형 스탠드를 구하기로 했다. 끝이 아니다. 구입처를 정하면 한다. 먼저 아내가 디지털 프라자에서 가격 상담을 받아봤다. 인터넷 최저가와 큰 차이가 없었다. 업무차 아는 디지털 프라자 본사 지인의 도움을 받아 집 근처 디지털프라자의 지점장을 소개받았다. 이로써 거실에 TV를 들이는 대장정의 과정이 끝났다.

27인치 모니터를 사용하다 TV가 들어오니 거실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우선은 거실 창 앞에 뒀다. 주방 테이블에 앉아서도 TV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때에 따라 TV 위치를 바꿔서 보기도 한다. 사운드바를 상단에 설치한 게 특이해 보일 수 있다.

집에 괜찮은 스피커들이 있어서 사운드바의 별다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과거의 경험과 생각에 갇혀 사운드바의 음질과 음색에 부정적인 속마음이었다. 집에 들일 생각이 없었지만 공짜로 주신다니 감사히 받았다. 온갖 사은품과 상품권까지 받아서 좀 미안할 정도였다. 자랑 맞다. 머리숱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40대지만 더 빠진다고 해도 공짜는 좋다. 지인 찬스를 이용해서 예외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온라인 최저가보다 오프라인에서 더 좋은 조건을 주는 경우가 많다. 고가의 전자제품은 꼭 실제 매장과 비교해봐야 한다. 그건 그렇고 사운드바와 TV에 숨겨진 스피커를 비교해보니 사운드바를 꼭 사용해야 한다고 느끼게 되었다. 고가의 스피커는 아니지만 음질이나 음색이 꽤 괜찮다. TV 자체의 스피커도 많이 좋아졌다지만 그것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무선 연결이 되는 우퍼가 포함되어 있는데 거실을 울리는 부밍이 부담되어 우퍼 볼륨을 살짝 낮췄다. 평상시에는 우퍼를 꺼놓고 필요할 때에만 켜서 사용한다.

이젤 스탠드가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TV 무게 덕분에 묵직하게 고정된다. 아이들이 쓰러뜨리려고 해도 쉽지 않은 정도다. TV 장 위에 두는 것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사운드바는 브라켓을 이용해 TV 상단에 고정하면서 모양이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아이들이 만지거나 장난칠 수 없도록 위로 두는 것도 괜찮다. 사운드바와 TV 사이에는 1cm 정도의 공간을 두고 공중 부양 시켰다. 공유기와 플레이스테이션은 TV 뒤에 고정시켰다. 케이블 타이만 있으면 멀티탭, 공유기, 셋톱박스, 게임기 정도는 고정할 수 있다.

넷플릭스, 웨이브, 쿠팡 플레이, 플레이스테이션을 기대하며 매일 밤 아이들이 빨리 잠들기를 기다린다. 다만 아이들이 잠이 들면 우리의 체력도 한계에 다다라 아쉬움은 거실에 남겨둔 채 안방 TV로 넷플릭스나 조금 보다 잠드는 일이 허다하다. 적당한 거리에서 TV를 보는 아이들을 보며 예전보다 걱정은 줄었다. 빨리 바꿨으면 좋았을 걸 무모했던 6년의 아집에 그저 헛웃음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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