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을 흘리고 다니는 편이라 돌아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새로운 삶을 잘 보내고 있는 척 분주해 보이고 싶었다. 문밖에선 보이지 않았겠지만 올해의 우리는 선명하게 분주했다.
1. 우리의 프로젝트
2024년 4월 7일 일요일 저녁, 아침마다 보는 유튜브 영어 영상이 마음에 안 든다며 아내에게 불평을 했다. 아내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말투로 “우리가 만들어보는 건 어때?”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아마존 서버 뉴욕 리전에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유튜브 채널도 만들었다. 매일 콘텐츠를 쏟아냈다. 본업이 있으니 더 부지런한 매일을 보내야 했다. 그렇게 8개월을 하고 보니 200여 개의 포스팅과 영상이 쌓였고, 5천7백 명의 구독자가 생겼다. 매일 변화하는 유튜브 조회수와 구독자 수에 일희일비했지만 이제는 꽤 무뎌졌다. 목표를 세울 때에는 모든 게 술술 풀릴 것 같고 고속도로를 달려 누구보다 빨리 이룰 것 같다는 확신을 갖지만 막상 레이스가 시작하면 먼지로 앞이 보이지 않는 비포장도로를 걷는 느낌이다. 보완해야 할 점들을 찾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서 시멘트 도로로 올라가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헛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노력을 쏟고 있다.
2. 노는 것도 노력이더라
나와 아내는 상당한 집돌이와 집순이다. 맛집이나 핫플레이스 탐방이 남들에게는 당연하고 익숙한 일이겠지만 우리에게는 피곤한 일로 여겨진다. 언제부터였을까. 무슨 바람이었을까. 올해는 잘 놀아보려고 노력을 했다. 틈이 나면 아내와 행궁동에서 점심 데이트를 했다. 여러 식당을 다녀보니 단골집도 생겼다. 늦여름과 가을 사이에는 광교호수공원 화려하게 줄지어진 식당의 야외 테이블에서 매주 가족 식사를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에 쌓아둔 마일리지를 이용해 하얏트 호텔, 한화 리조트도 다녀왔다. 에버랜드, 경마장, 광화문, 화성행궁 등 가족과의 추억이 켜켜이 쌓인 해였다.
3. 달리기
2년 전 퇴사와 함께 시작한 달리기는 부상으로 몇 달을 쉬기도 했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일주일에 삼일은 6시 반에 일어나 광교호수공원을 달린다. 달라진 점은 아내도 함께 뛴다는 것이다. 벌써 4개월이 지났다. 아내가 재미를 느끼면서 내 즐거움은 몇 배가 되었다. 매일 다른 아침해를 맞이하며 계절과 날씨를 온전히 느끼고, 긍정적인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4. 차를 바꿨다.
10년을 타면서 큰 고장 한 번 없었던 닛산 알티마가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뒷바퀴 쪽에서 찌그덕 소리를 냈다. 노쇠한 거다. 서비스센터의 수리 견적은 예상보다 높았다. 차를 바꾸는 게 낫다는 판단이 섰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조금은 급하고 갑작스럽게 차를 바꿨다. 차를 구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현실과 욕심 사이에서 수많은 시뮬레이션과 계산을 한다. 아내는 작으면서 스포츠성이 있는 차를 원했다. 이전부터 마음에 둔 미니 컨트리맨의 견적을 받아봤지만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인터넷 검색 횟수가 늘어날수록 마음만 더 휘날렸다. 집 근처 벤츠 매장을 아내와 즉흥적으로 방문했다. 차 문을 열고 의자에 앉으니 고급스럽고 이쁜 실내에 그만 입이 귀에 걸려버렸다. 며칠을 고민하다 좋은 조건에 작은 벤츠 세단을 계약했다. 게다가 AMG라니 호사스러움에 얼떨떨하다. 그에 반해 슬픔도 있었다. 10년을 함께한 알티마를 떠내보내야 한다는 것에 아내와 아이들은 며칠간 눈물을 보였다. 담당 딜러가 정리해 주기로 했고, 신차를 받는 날 타고 온 차를 매장에 두고 가면 되는 것이다. 떠나보내기 전날 밤, 가족 모두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 마지막 인사를 했다. 차를 보내던 날, 아내의 주머니에는 휴지 몇 장이 있었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새로운 차와 함께 매장을 나서면서 이전 차를 찾아보았지만, 신호가 바뀌었고 우리는 집으로 향해 떠날 수밖에 없었다. 10년 전, 알티마를 분당 전시장에서 받아오던 날은 비가 왔었다. 어색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운전했던 당시의 기분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제대로 인사도 못한 채 가족을 두고 가는 것만 같았다. 떠나보낸 차와 그랬듯 새로운 차와도 사고 없이 즐겁게 보내보길 바라본다.
5. 새로운 것들
애플 스튜디오 디스플레이 나노 텍스처 글래스
사무실의 내 자리는 서향 통창을 등지고 있다. 더운 계절의 오후가 되면 기울어진 뜨거운 태양빛이 살랑이는 커튼을 뚫고 모니터에 반사되어 내 눈을 공격한다. 새로운 구입한 모니터는 블랙홀처럼 반사되는 빛을 대부분 없애준다. 위쪽에 쓰고 있는 델 모니터도 논 글레어인데, 애플 모니터 앞에서는 논 글레어라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모니터로서의 퀄리티는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빌트인 스피커가 꽤 즐거운 소리를 내어줘서 사운드 작업이 아니라면 번거로운 음향 장비를 켜지 않게 되었다. 200만원이 넘어가는 가격 외에는 단점이 없다. 요즘 애플은 예전과 같지 않다고 하지만, 그래도 애플은 애플이었다. 기존의 애플 썬더볼트 디스플레이는 아내가 사용하는데 돈 벌어서 아내 모니터도 바꿔주고 싶다. 나만 좋은 거 사용해서 미안하오.
SSL UC1 컨트롤러
SSL UF1을 사용하다가 Native Channel Strip 2, 4K E, 4K B, Bus Compressor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UC1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구매해서 1년 가까이 사용했다. UC1을 도입하고 10곡 이상을 믹스했는데 SSL 플러그인의 활용도가 높다면 적극 추천한다. 몇 달 전부터는 360° Link로 서드파티 플러그인까지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컨트롤러 사용 경험이 많고, SSL 플러그인을 애용하면서 자주 사용하는 플러그인이 확실하다면 적극적으로 도입해 볼 만한 장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