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 쏟아지는 햇빛에 에어컨을 틀어도 무더웠던 8월 새로운 사무실로 들어왔다. 두 개의 계절을 건너 어느덧 겨울의 끝자락이다. 새로운 사무실과의 어색함은 이미 지루한 단계로 넘어섰고, 알람 소리로 시작하여 알람 설정으로 마무리되던 하루는 여유로움을 넘어 게으름에게 침범당하고 있다.
퇴사 후 사업자를 만들고 호기로운 마음으로 준비했던 일들이 난항을 겪었지만, 조그만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어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했다. 최근에는 대기업에서 큰 규모의 프로젝트 제안 기회를 주었지만 최종 비딩에서 탈락하여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내 명함과 회사 소개서, 제안서, 견적서를 제대로 만들어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좋은 기회가 또 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평정심을 되찾고 다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작년, 캐나다에서 돌아온 뒤 시차 적응 실패로 짧은 기간 아침 운동이라는 걸 했다. 하지만 코로나에 걸리고, 다시 회사로 복귀하면서 원래의 야행성 인간으로 돌아갔다. 퇴사 이후에는 아침 6시 반 즈음부터 한 시간 정도 광교호수공원을 걷고 뛰기를 했었다. 아침에 운동을 하면 활력이 넘치는 하루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도한 건강한 노력이었지만 영하의 날씨가 새벽을 덮을 즈음 멈추었다. 해가 바뀐 1월부터 한 달이 넘도록 일찍 잠자리에 들고 일찍 일어나 가족 모두가 잠들어 있는 시간에 일을 하거나 책을 읽는 등 어울리지 않는 아침을 보내고 있다. 그 덕에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아빠로도 지내보고 있다. 날이 풀리면 가을에 구입한 뉴발란스 1080 V12과 함께 다시 광교호수공원을 뛰어보겠다는 연기 같은 다짐을 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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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en은 다음 달 초등학생이 되고 Ashton은 어린이집을 옮긴다.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도 처음이라는 낯섦과 두려움을 계속 안고 산다. 한국의 교육 문화 속에 아이를 내보내야 한다는 것에 예비 학부형으로서의 걱정이 크다.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될 일인데 덤덤한 척 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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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친구 부모와 대화나 식사를 하는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보통의 부부, 부모와는 다르다고 느끼며 그것을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하여 약간의 자부심도 느낀다. 우리의 육아 방법이 느리고 똑똑하지 않아 보일 수 있겠지만 우리만의 속도와 방법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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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발렌타인데이도 여느 해와 같이 아내에게 꽃을 주었다.
배려가 많은 아내와 아직도 연애하듯 매일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