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영하 17도에서 영하 25도 정도의 기온이 유지되고 있다. 추운 날씨지만, 외출 시 항상 차를 타고 이동하기에 매서운 영하의 공기를 폐 속 깊이 느낄 일은 드물다. 오후 4시 해 질 무렵, 산책하러 나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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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20도의 맵짠 추위가 으스대는 눈 밭 위, 걸음마다 퍼지는 뽀득뽀득 소리가 경쾌하다. 녹지않고 얼어버린 눈 때문에 평범한 길도 더욱 이국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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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집들의 마당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흔하다. 해가 다 지기도 전, 몇몇 집들의 크리스마스 조명이 켜지기 시작했다. 공기와 땅은 차갑지만 눈과 마음은 따뜻하다. 좀 더 어두워지길 바라며 천천히 걷다 토끼 한 마리를 보았다. 동물들이 돌아다닌다는 말은 들었지만, 자연 그대로의 토끼를 길에서 만날 줄은 몰랐다. 얼마 뒤 좀 더 큰 동물도 볼 수 있었는데, 카메라가 말썽을 부려 촬영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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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표면과 뷰파인더에 살얼음이 앉기 시작했고, 배터리는 두 개나 챙겼지만 추운 날씨로 인해 작동하지 않았다. 잠시 주머니 속에서 녹이면 작동되지만 이내 얼마 가지 못 했다. 게다가 카메라 시간이 리셋되면서 재설정하라는 메시지까지 날 괴롭히고 있었다. 녹였던 배터리를 다시 장착하려면 장갑을 계속 벗어야 했다. 한 올의 따사로움이라도 잡고 싶어지는 애절한 상황이다. 결국,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집에 돌아와 두꺼운 옷을 하나둘 벗고 보니 눈썹과 앞머리에 얼음이 서려있다. 시간이 지나면 무엇이든 추억이 된다고 했던가, 매서운 추위가 만들어준 특별한 한 시간이었다. 다시 한 번 눈이 수북이 내리면 또다시 카메라를 들고 나갈 것이다. 대신 카메라는 한 대 더 챙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