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열흘 즈음 맥북 16인치가 발표되었다. 작아진 베젤과 가위식 키보드, 분리된 esc키, 빨라진 메모리 성능 모두 부러울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새로운 13인치가 출시되지는 않았으니까.
7년간 사용하던 2013 맥북 프로 15인치가 수명을 다했다.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아내의 맥북 프로 13인치를 2주간 빌려 사용했다. 아내의 맥북을 들고 출퇴근해보니 크기와 무게 차이가 확연했다. 수년 전에는 맥북 프로 17인치를 들고 해외 출장까지 어떻게 했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결국 13인치를 구입했다. CPU 2.4 GHz 쿼드 코어, Ram 16GB, HDD 1TB CTO를 선택했다. CTO이다 보니 배송은 열흘 정도 소요되었다. 스페이스 그레이가 대세인 건 알지만, 이전과 같은 실버를 선택했다. 10년째 실버 3대를 사용했지만 화이트가 아닌 이상 실버가 가장 맥북다운 느낌이다.
아내의 맥북과 비교해보니 같은 13인치지만 베젤의 크기와 하판 두께의 차이가 난다. 무게는 차이는 크지 않은 느낌이다.
처음 사용해보는 터치바와 나비식 키보드, 불편하기 짝이 없는 USB-C, 액세서리를 들고 다니기 싫어 회사와 집에서 각각 사용할 수 있도록 추가 전원 어댑터와 케이블, 두 개의 Verbatim USB-C 허브, 가방에 항상 넣어두고 다녀야 하는 moshi HDMI 어댑터, 썬더볼트 디스플레이를 사용하기 위한 애플 썬더볼트3-썬더볼트2 어댑터도 구입했다. 썬더볼트 디스플레이의 전원 케이블을 이용할 수 없는 점은 너무 아쉽다.
실버를 구입해놓고는 액세서리는 모두 스페이스 그레이다.
이전 15인치의 맥북의 사양이 떨어졌던 것도 아닌데 앱 구동 속도가 다르다. 이전 세팅 그대로 사용하는데 쾌적함의 차이가 분명하다.
터치바의 앱 제어기 모드가 익숙지 않아 Control Strip 모드로 사용 중이다. 기존 애플 키보드를 워낙 오래 사용해서인지 나비식 키보드의 짧은 키스트로크로 인한 이질감과 esc키를 잘못 터치할 때가 많다. 새로 나온 맥북프로 16인치는 이 부분을 해결했기에 이 점이 더욱 아쉽다. 다행히도 대부분 별도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다.
20년간 사용했던 맥이 10대가 훌쩍 넘는다. 스무 살 무렵 작곡가 선배에게 받은 LC475로 시작해 G3, G4를 거쳐 맥 프로와 맥북을 사용해왔다. 당시에도 지금도 애플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의 디자인을 좋아한다. 외적 디자인의 매력도 있지만, 그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맥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너무 좋아하는 몇 가지의 앱이 내게 너무 중요한 툴이 되었다. 입장과 시선에 따라 맥에 대한 애착을 이해할 수 없겠지만 내게 맥은 즐거움이다. 앞으로도 괜찮은 맥과 macOS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