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모아 비수기 때 유럽여행을 하기로 계획했다. 여름휴가는 사람도 많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무작정 미뤄둔 거다. 게다가 일까지 많았다. 일에 뺨을 맞고 아파서일까 우리에게도 휴가가 필요했다. 수요일 저녁, 휴가를 내고 이틀을 쉬기로 했다. 성수기에 계획 없이 떠난다는 것은 목적지도 숙소도 마땅치 않다. 그래도 운 좋게 속초의 소노하임 VIP 룸을 구할 수 있어 행선지를 정할 수 있었다.
숙소는 인적 드문 바다에 포근하게 둘러싸인 곳이었다. 테라스에 오도카니 앉아 바다 구경, 바베큐 디너, 영화 두 편 보기. 별일 아니라지만, 반복되는 일상을 떠나 낯선 곳에서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도 휴식시간을 만들 수 있었다.
휴가 뒤 지인에게 “좋은 곳 안가고 겨우 속초 갔어?”라는 말을 들었다. 우리는 패키지여행하듯 명소를 찾아다니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조급함을 달래주는 인적 드문 수목원이나 고즈넉한 바다를 좋아한다.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큰 휴식이다. 한발 늦은 휴가였지만, 늦지 않은 휴식을 하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