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ivia는 금요일이면 퇴근 후의 갑작스러운 여행 때문에 긴장이 된다고 한다.매주 여행을 가는 건 아니지만, 퇴근하면서 갑자기 “어디 갈까?”하는 나의 말 때문에 제대로 준비조차 하지 못한 채 어딘가로 가버리니 와이프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가고 싶을 때 가야 기분이 좋으니 어찌하겠는가.
서울에서 여수로 가는 길은 꽤나 멀었다.
여수 근처에 다다랐을 때 영화에서 미래도시로 나올듯한 여수공단이 여수임을 알려줬다.
도착하고 보니 이미 새벽 1시다. 갑자기 내려간 여수라서 호텔 예약을 하지 못 했다. MVL호텔에 전화를 하니 역시 룸이 없단다. 다행히 MATTHIEU 호텔에는 룸이 있어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아침 겸 점심으로 ‘다다한정식’이라는 유명한 한정식집에서 식사를 했는데, 2인분을 시켰는데 4인분처럼 나온다. 회나 해산물 위주의 한정식이다.
볕이 좋은 오후, 드라이브의 시작. 여수의 벚꽃은 이미 졌다. 그래도 따스한 봄햇살 맞으며,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여수의 남단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을 갖고 있는 향일암. 조금 먼 곳에 주차를 해두고 꽤 오래 걸어 도착했다. 더운 날 오르막길을 싫어하는 우리 부부는 땀을 뻘뻘 흘리며 향일암을 올라갔다. 오르는 길이 다른 절에 비해 참 아름답다. 절이라는 구조물 속에 한껏 매료된다.
향일암을 드나들려면 돌산대교를 통과해야 하는데, 주말에는 차가 너무 많아 들어가고 나갈 때 매우 밀린다. 케이블카를 타보려 여러 번 가보았지만 저녁에도 차가 많아 포기했다.
해 질 무렵 다녀온 오동잎을 닮은 오동도.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 만큼 낭만적인 도시는 아니었지만, 그동안 갖고 있던 여수라는 곳의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