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1월의 사이

한국 보다 16시간 느린, 지구 저 편에서 우리는 평소와 조금 다른 연말을 보내고 있다.

# 화이트 크리스마스

강렬한 추억이 없었을 뿐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처음은 아니다. 23일부터 이틀 내내 많은 눈이 내렸다. 친구들과의 여행을 위해 캔모아로 가던 23일 오전과 돌아오던 다음 날 오후까지 우리는 눈길을 미끄러지듯 달렸다. 캔모아에서 각자 준비한 음식과 셰프 친구의 도움으로 근사한 저녁 식사를 하고, 와인으로 웃음 가득한 밤을 보냈다.

집에 돌아와선 가족이 모여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 미리 준비해둔 선물을 주고 받았다. 준비한 것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받았다. 선명하고 또렷한,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하나 더 갖게 되었다. 그것도 근사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 크리스마스 선물

스타벅스의 엑스트라 라지 텀블러, DJI OSMO+와 근사한 클럽 모나코 코트 까지 너무 많은 것을 받기만 했다. 별생각 없이 어떤 물건에 대해 얘기를 하면 아내는 몰래 선물로 준비를 하곤 한다. 계획적 발언은 아니었는데, 좀 더 입조심을 해야겠다. 항상 내 말에 세심히 귀 기울여주는 아내에게 감사하다.

# 박싱데이

무엇을 사야 할지 몰라 넋 놓고 있던 사이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놓쳤다. 다이슨 제품을 구입하려고 전단지와 인터넷으로 세일 정보를 미리 찾아본 뒤 박싱데이에 아내와 근처 베스트 바이로 향했다. 한국에서 130만 원 정도 하는 v8 청소기를 50만 원 정도에 구입했다. 게다가 헤드가 두 개다. 한국에서의 다이슨은 선풍기나 가습기, 공기청정기에 대해 청소기만 유난스럽게 비싸다. 애프터서비스의 걱정은 되지만, 돈 번 것 같아 기분은 부자가 된 것 같은 날이었다.

# 여행

잠시 추위가 물러갔다. 그래봤자 영하 10도 근처다. 본격적인 추위가 다시 오기 전에 가족과 근처로 드라이브를 나섰다.

설악산의 다람쥐를 보고도 신기해하는데 눈앞에 엘크가 나타났다. 집 차고 앞에서 토끼도 가끔 볼 수 있는 나라이니 한국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캘거리를 벗어나니 빠르게 흐려지는 날씨 속에 눈구름이 산맥 사이로 내려앉기 시작했다. 폭설로 인해 길이 통제되었다. 우리가 모르는 무엇인가를 정부에서 숨겨놓은 게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했다.

# 홈 파티

저녁 초대를 받고 아내와 다운타운 근처의 Mary의 집으로 방문했다.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칠면조 요리와 미트볼, 샐러드, 칵테일, 맥주 등으로 분위기는 뜨겁게 무르익었다.
아내의 캐나다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면 가끔씩 식은땀이 난다. 어리숙한 영어 실력으로 아내가 통역을 해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무시하는 사람 없이 다들 괜찮다며 귀 기울여주고 이해해주는 모습에 감사할 따름이다. 아내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파티 문화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한국으로 돌아가거든 즐거운 파티 문화를 만들도록 노력해보자고…

# 해피뉴이어

2016년의 마지막 글이다.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 해였고, 무엇보다도 Aiden이 건강하게 태어난 것이 가장 큰 이벤트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아내, Aiden, 가족, 친구들 모두 감사합니다. 2017년도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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