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에 앉아

어제는 비가 왔다. 비가 그치고 나니 조급한 겨울이 코끝을 스친다. 유난히 무겁게 내려앉은 잿빛 하늘의 저녁, 창밖에는 움츠린 채 도망치듯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이 보인다. 창을 등지고 은은한 조명 아래 앉아 미뤄두었던 책을 읽지만 이내 집중력을 잃고 의자의 팔걸이를 만지다 잠시 생각 혹은 상상을 한다.

 

지위나 부의 상징에서 시작했다는 배경은 어려워 따지고 싶지 않다. 엉덩이를 들이대야 하는 사물에 욕심이 있다. 작업방에서는 허먼밀러 에어론과 BNI 메쉬를 사용하고 있다. 세간 중 가구를 구입할 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용도에 맞는 편안함과 아름다움, 비용인데 의자를 구매할 때면 편안함과 미적의 끌림에 다소 무리를 하곤 했다.

아내와 거실 가구를 찾아 발품 팔던 당시 눈에 뗄 수 없었던 물푸레나무 라운지체어 하나가 있었다. 앉아보니 그동안 뒤지던 의자와 달리 몸에 잘 맞는 편안함이 있었다. 게다가 긴 고민 없이 구매의사와 함께 사인하기 좋은 가격이었다. 지금 그 의자는 집 거실 한편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글의 초안을 그 의자에 앉아 아이패드로 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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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이런 의자를 하나 두고 싶어 했던 내 의견 때문이었는지 아내는 이 의자를 나의 것이라고 말했다. 라운지체어라는 외래식 구분이 존재하지만, 안락의자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안락의자의 물푸레나무색과 작업자의 손길이 느껴지는 표면 느낌이 좋다. 팔걸이를 어루만지다 보면 부드러움을 지나 거친 구간이 잠시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까, 아직 손을 덜 타서일까. 팔걸이를 만질 때면 매번 같은 생각을 한다. 이 의자에 앉으면 여가와 관련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라도 드는 냥 아내와 대화를 하거나 책을 보거나 생각을 하게 된다. 억지로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큰 가치가 되어주고 있는 이 안락의자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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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여가를 위한 시간에 많은 추억을 만들고 있지만 언젠가 아이를 안고 보내는 시간도 있을 테고, 더 지나 그 아이가 이 의자에 앉아 책을 보거나 우리와 대화하는 날도 올 것이다. 거실의 한편에서 우리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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