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

비행의 설렘은 없어진지 오래다. 기다림의 연속, 아내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다.

 

경유지인 밴쿠버의 활주로에 바퀴에 닿는 순간 ‘이번에는 문제없겠지?’라고 생각했다. 매번 밴쿠버의 입국심사를 쉽게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전에는 캐나다 국적의 아내와 결혼을 앞둔 상황이라 의심을 받았고, 이번에는 체류 기간이 길다는 이유로 입국심사를 마치고 따로 세관 심사대에서 길고 힘든 인터뷰를 당해야 했다. 세관 심사대로 가게 되면 보통 강도 높은 인터뷰와 수화물 검사를 받게 되지만, 다행히도 캘거리 처갓집의 전화 확인과 삼사십분 정도의 인터뷰 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입국심사가 오래 걸리는 바람에 다음 비행기를 놓칠까 노심초사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캘거리행 비행기가 두 시간이나 딜레이 되었다.

 

땅거미가 내려앉은 캘거리 공항, 마음이 편안해졌다. 게이트를 빠져나오니 출산이 20일도 채 남지 않은 만삭의 아내가 장인 장모님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무수히 꿈꿔왔던 시간이다.

 

하지만, 공항은 쉬이 나를 놔주지 않았다. 짐 하나를 받지 못하는 바람에 두 시간을 더 대기한 뒤 다음 비행기로 나머지 짐을 받고서야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다른 때에 비해 시차 적응이 쉽지 않아 며칠간 늦잠을 자고 있다. 뱃속의 아기는 힘이 좋은지 엄마가 아프도록 배를 걷어찬다. 많은 변화에 적응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함께라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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